
고양이를 키우다 보면 물그릇을 보면서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해보셨을 거예요.
“물을 갈아줬는데 왜 그대로지?”
“우리 고양이는 하루 종일 물을 안 마시는 것 같은데 괜찮을까?”
“물을 많이 마셔야 신장에 좋다는데 어떻게 먹여야 하지?”
고양이는 원래 물을 많이 마시는 동물이 아니다 보니 보호자 입장에서는 실제로 충분히 먹고 있는 건지 확인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동물병원에서 근무할 때도 고양이 보호자분들이 음수량에 대해 정말 많이 물어보셨는데요.
특히 고양이는 신장과 요로 건강을 위해 충분한 수분 섭취가 중요하기 때문에 평소 우리 아이가 물을 얼마나 먹는지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 좋습니다.
오늘은 고양이가 물을 잘 마시지 않는 이유와 음수량을 자연스럽게 늘리는 방법, 병원에 가봐야 하는 경우까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고양이는 원래 물을 잘 안 마실까?
어느 정도는 맞습니다.
고양이의 조상은 건조한 환경에서 생활했고 먹이를 통해 필요한 수분의 상당 부분을 섭취했습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고양이는 강아지에 비해 스스로 물을 찾아 마시는 행동이 적은 편입니다.
하지만 원래 물을 적게 마시는 동물이니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수분 섭취가 부족하면 소변이 농축되기 쉽고, 일부 고양이에서는 요로 문제나 탈수 위험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평소 충분한 수분을 섭취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고양이는 하루에 물을 얼마나 마셔야 할까요?
고양이에게 필요한 전체 수분량은 체중과 식단, 활동량, 환경, 건강 상태에 따라 달라집니다.
보통 하루 전체 수분 필요량을 체중 1kg당 약 40~60mL 정도로 참고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4kg 고양이라면 음식에 들어 있는 수분까지 포함해 하루 약 160~240mL 정도가 하나의 참고 범위가 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물그릇에서 마시는 물만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습식사료를 먹는 고양이는 음식 자체로 많은 수분을 섭취하기 때문에 물그릇의 물이 거의 줄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건사료 위주로 먹는 고양이는 음식으로 섭취하는 수분이 적기 때문에 물을 따로 마시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따라서 단순히
“우리 고양이는 물을 몇 mL밖에 안 마셔요.”
라고 보기보다는 먹고 있는 사료 종류와 전체 수분 섭취량을 함께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고양이가 물을 안 마시는 이유
1. 원래 음수량이 적은 경우
건강에는 특별한 문제가 없지만 원래 물을 잘 찾아 마시지 않는 고양이들이 있습니다.
이런 아이들은 억지로 물을 먹이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수분을 섭취할 수 있도록 환경을 바꿔주는 것이 좋습니다.
2. 물그릇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
고양이는 생각보다 물그릇에 예민합니다.
그릇이 너무 작아서 수염이 계속 닿거나, 플라스틱 냄새가 나거나, 물이 오래되어 신선하지 않다면 마시지 않을 수 있습니다.
특히 수염이 그릇 가장자리에 계속 닿는 것을 불편해하는 아이도 있기 때문에 입구가 넓고 얕은 그릇을 한번 사용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3. 물그릇 위치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
고양이에게는 위치도 중요합니다.
화장실 바로 옆이나 사람들이 계속 지나다니는 시끄러운 곳에 물그릇이 있다면 잘 마시지 않을 수 있습니다.
또한 사료 바로 옆의 물보다 조금 떨어진 장소의 물을 선호하는 고양이도 있습니다.
한 곳에만 물을 두기보다는 고양이가 자주 생활하는 여러 장소에 물그릇을 나눠서 놓아보세요.
4. 고인 물보다 흐르는 물을 좋아하는 경우
수도꼭지를 틀어놓으면 갑자기 달려와 물을 마시는 고양이도 있죠.
고인 물에는 관심이 없지만 움직이는 물에는 관심을 보이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이런 경우 고양이용 자동 급수기나 분수형 급수기를 사용해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다만 급수기는 내부에 오염이나 세균이 생기지 않도록 자주 세척하고 필터도 주기적으로 관리해야 합니다.
5. 몸이 좋지 않은 경우
평소에는 잘 마시던 고양이가 갑자기 물을 거의 마시지 않는다면 단순한 취향 문제로만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구강 통증이나 메스꺼움, 발열, 위장관 질환 등 여러 건강 문제가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식욕까지 함께 떨어졌거나 축 처져 있다면 상태를 조금 더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합니다.
고양이 물 많이 먹이는 방법
1. 물그릇을 여러 곳에 놓아주세요
가장 간단하면서도 시도해보기 좋은 방법입니다.
거실, 침실, 캣타워 근처 등 고양이가 자주 다니는 장소에 물을 놓아주세요.
지나가다가 자연스럽게 마시는 횟수가 늘어날 수 있습니다.
2. 매일 신선한 물로 바꿔주세요
고양이는 냄새에 민감하기 때문에 오래된 물을 싫어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물은 자주 갈아주고 물그릇도 깨끗하게 세척해 주세요.
3. 다양한 물그릇을 사용해보세요
유리, 도자기, 스테인리스 등 여러 재질을 사용해보면 아이가 유독 좋아하는 그릇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가능하면 넓고 얕은 형태를 먼저 시도해보세요.
4. 습식사료를 활용해보세요
물을 잘 마시지 않는 고양이에게 제가 가장 추천하고 싶은 방법 중 하나입니다.
습식사료는 수분 함량이 높기 때문에 식사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수분을 섭취할 수 있습니다.
건사료만 먹던 아이에게 갑자기 전부 바꾸기보다는 기존 식단과 함께 조금씩 급여하면서 적응시키는 것도 좋습니다.
5. 습식사료에 물을 조금 섞어주세요
습식사료를 잘 먹는 아이라면 물을 조금 추가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처음부터 많은 양을 넣으면 맛이나 식감이 달라져 거부할 수 있으니 소량부터 시작해서 천천히 늘려주세요.
6. 자동 급수기를 사용해보세요
흐르는 물에 관심이 많은 고양이라면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다만 모든 고양이가 좋아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일반 물그릇도 함께 두는 것이 좋습니다.
억지로 주사기로 물을 먹여도 될까요?
단순히 물을 잘 마시지 않는다는 이유로 주사기를 이용해 억지로 많은 양의 물을 먹이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잘못 먹이면 물이 기도로 넘어가 흡인 위험이 있고 고양이가 물 먹는 행동 자체에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질병 때문에 별도의 수분 공급이 필요한 경우에는 수의사의 지시에 따라 방법과 양을 결정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우리 고양이가 탈수인지 확인할 수 있을까요?
집에서는 잇몸이 평소보다 건조하거나 끈적한지, 식욕과 활동량이 떨어지지는 않았는지, 소변량이 달라지지는 않았는지 등을 함께 살펴볼 수 있습니다.
피부를 살짝 잡았다 놓아 돌아오는 속도를 확인하는 방법도 알려져 있지만 나이나 체형 등에 따라 정확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이것만으로 탈수를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의심된다면 병원에서 정확하게 확인받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병원에 가보세요
평소보다 갑자기 물을 마시지 않는 것과 함께
밥도 먹지 않는다.
구토나 설사를 한다.
축 처져 있다.
소변을 거의 보지 않는다.
화장실을 계속 들락거리는데 소변이 나오지 않는다.
배뇨할 때 힘을 주거나 아파한다.
이런 증상이 나타난다면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화장실에서 계속 힘을 주는데 소변이 나오지 않는 경우에는 요도폐색 가능성이 있으며 응급상황이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갑자기 물을 지나치게 많이 마시고 소변량까지 증가한 경우에도 신장질환, 당뇨병, 갑상선 질환 등 다양한 원인을 확인해야 하므로 검진을 권장합니다.
제가 병원에서 느꼈던 점
동물병원에서 근무할 때 고양이 보호자분들께서 생각보다 많이 물어보셨던 것 중 하나가 바로 음수량이었습니다.
고양이는 원래 물을 많이 마시는 동물이 아니다 보니
“원래 안 먹는 애라서요.”
하고 넘어가기 쉬운 부분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고양이에게 수분 섭취는 특히 중요하기 때문에 저는 억지로 물을 먹이는 것보다 스스로 물을 먹고 싶어지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그릇 하나를 더 놓거나, 위치를 바꿔보거나, 습식사료를 활용하는 것처럼 작은 변화부터 시작해보세요.
아이마다 취향이 달라 의외로 간단한 방법 하나로 물 마시는 횟수가 늘어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마무리
고양이가 물을 잘 마시지 않는 것은 고양이의 특성상 흔하게 볼 수 있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수분 섭취를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닙니다.
물그릇 여러 곳에 두기, 신선한 물 제공하기, 넓은 그릇 사용하기, 습식사료 활용하기, 자동 급수기 사용하기 등 우리 아이가 좋아하는 방법을 하나씩 찾아보세요.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평소 모습을 알아두는 것입니다.
평소보다 갑자기 물을 마시는 양이 크게 줄거나 반대로 갑자기 많아졌다면 몸에서 보내는 신호일 수도 있습니다.
오늘은 우리 집 고양이가 어디에서, 어떤 그릇으로 물을 가장 잘 마시는지 한번 관찰해보세요. 🐱💧
이 글은 동물병원 근무 경험과 보호자 입장에서 정리한 정보이며 실제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할 수 없습니다.
고양이의 적절한 수분 섭취량은 체중, 식단, 건강 상태와 질환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음수량이나 배뇨량에 갑작스러운 변화가 있거나 식욕저하, 구토, 무기력, 배뇨곤란 등의 증상이 함께 나타난다면 반드시 동물병원에서 상담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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